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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잘못 산 운동화값, 가게가 물어내나요?

한이룸 · 2026.10.14 · 읽는 시간 4분

흰색 나이키 운동화 사이즈 9를 시켰는데 AI가 아디다스를 결제하려 들면, 카드사가 승인 전에 그 결제를 막습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가 AI 에이전트 결제용 규격 '인텐트 인텔리전스(Intent Intelligence, 구매 의도 확인 체계)'를 공개하면서 든 예시입니다.

테크크런치는 이 소식을 AI의 무단 결제를 막는 장치로 전했는데요. 가게 쪽에서 읽으면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 다릅니다. AI가 잘못 산 물건값을 누가 낼지 따질 때 꺼내 볼 기록이, 이제 결제보다 먼저 만들어진다는 점이에요.

지난 호에서는 AI 손님을 가게에 들일지를 다뤘습니다. 이번엔 그 손님이 계산을 틀렸을 때의 얘기입니다.

손님이 허락한 범위가 결제보다 먼저 카드사에 갑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손님이 AI에게 살 물건을 말하면, AI가 그 말을 조건으로 정리해요. 무엇을 사는지, 최대 얼마까지인지, 언제까지인지. 가게를 콕 집어 말했다면 가게 이름도 들어갑니다.

손님은 본인 인증을 하고 그 조건에 서명합니다. 그러면 이 의도에 고유 번호(Intent ID)와 증명 토큰(Proof of Intent Token)이 발급되죠. AI는 손님 카드번호 대신, 이 토큰으로 받은 결제용 정보를 들고 계산대에 섭니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보내면서 쪽지를 쥐여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부 한 모, 3천 원 넘으면 사지 마." 아이가 콩나물을 들고 오면 쪽지를 펴 보면 되니까요.

"이제 거래에는 손님, 가맹점, 그리고 에이전트가 있습니다." 아멕스에서 에이전트 제휴와 전략을 맡은 해나 보지안 부사장의 말입니다. 둘이 하던 거래에 셋째가 끼었으니, 셋째가 뭘 허락받았는지부터 적어 두자는 거죠.

AI 에이전트 결제 분쟁에서 가게 몫은 아직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 기록이 쓰이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 사기 방지, 승인 판단, 그리고 분쟁 해결이에요. 규격 문서에는 손님이 나중에 이의를 제기하면 카드 발급사가 '손님이 확인한 의도'에 비춰 판단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아멕스는 올해 봄에 먼저 한 발을 디뎠습니다. 등록된 AI가 인증된 의도와 다른 물건을 사면, 아멕스가 손님에게 그 값을 돌려주겠다고 했죠. 글로벌 혁신 총괄 루크 겝이 든 예는 초록 신발을 시켰는데 AI가 환불 안 되는 빨간 신발을 산 경우였어요. 겝은 가맹점 쪽에서도 차지백(카드사가 결제를 취소하고 가게에서 돈을 되가져가는 절차)과 분쟁이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가맹점이 그때 얼마를 내고 얼마를 안 내는지 적은 규정은 아직 공개된 게 없습니다. 이번 규격 문서도 당사자끼리 책임을 나누지는 않아요. 분쟁을 가리는 데 쓰겠다는 기록인데, 누가 돈을 내는지는 문서 어디에도 안 나옵니다.

지금 통용되는 기본값은 다른 문서에서 확인됩니다. 오픈AI의 에이전트 커머스 개발 문서는 "차지백과 환불은 누가 관리하나"라는 질문에 "가맹점"이라고 답해요. 아멕스 네트워크 총괄 스테판 올로프손도 봄에 열린 결제 업계 행사에서, 가맹점에게 필요한 건 AI 때문에 분쟁과 차지백이 늘지 않는다는 확신이라고 말했습니다.

거리도 재 두겠습니다. 이번에 나온 건 '권고하는 방식'을 담은 문서이고, 아멕스는 개발 도구 연동을 "개발 중"이라고 썼어요. 함께할 회사 이름도, 시작 날짜도 없습니다.

급한 불도 아닙니다. 아멕스는 AI 결제 때문에 분쟁이 늘어난 건 아직 못 봤다고 했고, 자사 연동에서 AI가 낸 거래는 주에 수천 건 수준이라고 밝혔어요. 국내는 그보다 이른 단계에 있습니다. KB국민카드가 올가을 AI 에이전트와 쇼핑몰, 결제모듈, 카드사 시스템을 잇는 실증 협약을 발표했는데, 무대는 시험환경이에요.

가게가 낼 수 있는 증거는 장바구니에 찍힌 글자입니다

그렇다고 가게가 구경만 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아멕스가 봄에 낸 개발 도구에는 선택 항목이 하나 있어요. 가맹점이 장바구니 내용을 공유해 분쟁과 차지백을 가리는 데 쓰게 하는 '카트 컨텍스트(Cart Context)'입니다.

기록 한쪽에는 손님 말이 있습니다. "흰색 나이키, 사이즈 9, 얼마까지." 맞은편에는 가게 장바구니가 놓여요. 둘을 어떤 방식으로 맞대 보는지는 아멕스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부터는 제 해석인데요.

옵션이 '색상: 화이트 / 사이즈: 270'으로 찍힌 주문은 손님 말과 바로 맞춰집니다. 'A-03 / 타입2'로 찍힌 주문은 맞게 보냈다는 걸 사람이 다시 풀어서 설명해야 하죠. AI가 옵션을 헷갈릴 여지도 같은 자리에서 생깁니다.

보지안 부사장도 이 기록을, 가맹점이 손님 주문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데 쓴다고 했습니다. 가게나 가격, 사이즈가 어긋나면 신호가 켜진다는 설명이에요.

국내 셀러 기준으로 이 규격이 먼저 닿을 곳은 해외 카드를 받는 영문 자사몰입니다. 아멕스 카드를 든 손님이 실제로 오는 곳이니까요.

카드사 규정에서 기다릴 문장은 'AI 실수로 생긴 분쟁에서 가맹점은 이렇게 처리한다'입니다. 아멕스든, AI 체크아웃 상용화를 예고한 비자든 그 문장을 먼저 적는 곳이 나오면, 허락 기록이 붙는 결제 경로를 여느냐가 수수료만큼 따져볼 항목이 돼요.

그날까지 시간은 넉넉합니다. 옵션 이름을 사람 말로 바꿔 적는 일은 카드사 일정과 상관없이 오늘도 되고, 사람 손님에게도 득이니 가볍게 시작해 보세요!

미나킴 씀. 두부 심부름은 아직 제가 직접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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