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나사 어디에 끼워요? 이 문의, 영상 하나면 끝날 텐데."
접이식 선반이나 조립 책상을 파는 가게라면 한 번쯤 해 본 생각이죠. 그런데 사용법 영상은 늘 견적 앞에서 멈췄어요. 크몽 가격 안내를 보면 제품 영상 외주는 평균 40만 원 선이거든요.
그 미뤄 둔 영상 쪽으로 AI 영상이 한 발 들어왔습니다. AI 영상 플랫폼 힉스필드가 영상 길이를 1분 남짓에서 10분 넘게 늘렸다고, 오픈AI가 공식 블로그에 사례로 올렸어요.
지난 #89에서 어도비 소식 곁에 다뤘던 힉스필드 챗GPT 플러그인 이후, 이 회사가 내놓은 새 소식이에요.
힉스필드가 10분짜리로 먼저 만든 건 사용법 강의
힉스필드는 스냅 임원 출신 알렉스 마시라보프가 2023년에 세운 회사예요. 여러 영상·이미지 모델을 한 화면에 모아 쓰게 해 주는 곳이죠.
마시라보프 대표 말로는, 오픈AI의 새 모델 GPT-6 아스트라를 붙이기 전엔 이 플랫폼 영상이 1분 언저리에서 끝났어요. 아스트라는 작업 순서를 짜고 다른 도구를 불러 쓰는 데 강한 모델인데요. 이걸 붙인 지금은 사용자가 10분 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비결로 꼽은 건 일관성이에요. 긴 영상 내내 같은 인물, 같은 물건이 같은 모양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죠. 아스트라가 3D 모델링 같은 바깥 도구를 직접 불러 쓰면서 이걸 붙잡는다고 해요. 마시라보프는 이 문제를 "창작 AI의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불렀습니다.
재미있는 건 첫 사용처예요. 광고가 아니라, 구독자 50만 명 가까운 자기네 유튜브 채널의 사용법 강의였거든요. 손이 많이 가던 그 강의를 이제 10분 넘게 AI로 뽑는 작업 흐름을 만들었대요.
숏폼보다 반가운 쪽, 사용법·조립·비교 영상
AI 영상 소식은 보통 15초 광고 얘기로 끝나요. 하지만 15초짜리는 이미 내 제품 사진으로 광고 영상을 뽑는 방법이 여럿 나와 있죠.
10분이 건드리는 건 그동안 외주 견적이 붙던 긴 영상이에요. 운영 항목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상세페이지: 조립 순서, 세척법, 구성품을 하나씩 짚는 사용법 영상
- CS: "3번 나사 어디에 끼워요?"에 링크 하나로 답하는 영상
- 비교: "500ml랑 750ml 뭐가 달라요?"를 나란히 보여 주는 영상
힉스필드 긴 영상 안내 페이지에도 내레이터 한 명과 자막으로 끌고 가는 설명 영상 기능이 따로 있어요. 마시라보프가 강의부터 만든 것과 같은 방향이죠.
저도 지난 주말 접이식 의자를 조립하다가 설명서 그림 7번 앞에서 20분을 멈춰 있었어요. 그 7번이 30초짜리 영상이었으면 의자도 저도 덜 삐걱댔을 거예요.
확인 하나, 10분 뒤에도 같은 상품인지
여기부터는 직접 재 봐야 하는 부분이에요. 힉스필드가 보여 준 10분짜리는 사용법 강의, 그리고 자사 아카데미 강좌에 실린 피라미드 다큐 예시였어요. 내 텀블러 뚜껑의 실리콘 패킹처럼, 손님이 확인하려고 보는 디테일이 10분 내내 버틴다는 시연은 아직 없습니다.
물론 장치는 있어요. 힉스필드는 상품 사진을 참조로 넣으면 장면이 바뀌어도 상품 모양을 고정한다고 안내해요. 시네마 스튜디오 4.0에선 참조를 최대 50개까지 넣을 수 있고요.
다만 바탕은 여전히 장면을 이어 붙이는 구조예요. 안내 페이지에도 몇 분짜리를 한 번에 그리는 게 아니라, 장면 하나를 최대 30초씩 만들어 잇는다고 적혀 있죠. 피라미드 예시는 10분에 장면이 100개쯤이었고요.
사용법 영상에선 이 이음매가 바로 CS 문의가 돼요. 네 번째 장면에서 나사 구멍이 하나 줄어 있으면, 손님은 영상을 믿고 그대로 따라 하니까요.
확인 둘, 1분에 드는 크레딧
두 번째는 값이에요. 이번 발표엔 가격 얘기가 한 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힉스필드 블로그의 시던스 2.0 단가표로 직접 셈해 봤어요. 720p로 8초짜리 한 컷이 36크레딧, 약 1.55달러예요. 1분이면 7.5컷이니 270크레딧, 11달러 남짓이죠.
10분으로 늘리면 2,700크레딧이 돼요. 같은 단가표에서 가장 큰 개인 요금제가 월 129달러에 3,000크레딧이니, 한 달 치가 10분 영상 한 편에 거의 다 들어가요. 다시 뽑는 컷이 생기면 그만큼 더 들고요.
그래도 단순 계산으로 10분 한 편에 약 116달러, 1달러 1,400원으로 치면 16만 원 남짓이에요. 제품 영상 외주 평균 40만 원보다는 낮은 값이죠.
그러니 처음부터 10분을 뽑을 필요는 없어요. 손님이 제일 많이 헷갈려 하는 조립 단계 1분만 만들어 보면, 크레딧 잔액이 1분 값을 바로 알려 주니까요.
그 1분에서 눈여겨볼 곳은 상품이 손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오는 순간이에요. 그때 뚜껑 모양과 로고 자리가 그대로라면, 미뤄 둔 사용법 영상을 꺼낼 때가 된 거예요. 서랍 속 설명서에서 문의가 제일 많이 붙는 그림 한 장부터 골라 보세요!
— 설명서 그림 7번과 아직 화해 못 한 다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