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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 신발 한 짝에 뚫린 구멍 개수예요. 이 구멍에 꽂는 장식이 크록스 지비츠(Jibbitz)고요.
원래는 바람 통하라고 낸 구멍이었는데요. 지금 크록스는 이 구멍에 '시즌'을 꽂아서 팔아요.
미국 리테일 매체 모던리테일이 크록스의 새 액세서리 얘기를 전했어요. 구멍에 꽂는 지비츠 말고도 신발 어디에나 꾹 눌러 붙이는 '신발 타투', 달아 쓰는 발레 리본, 샌들 끈에 집는 샌들 참까지 나왔대요.
샌들 참은 적은 종류로 먼저 냈는데 순식간에 동났죠. 진주, 보라색 하트 보석, 분홍 꽃은 온라인에서 품절이고요.
신발은 그대로예요. 바뀌는 건 꽂는 것뿐이죠.
크록스 사장 앤 멜먼은 이 흐름을 '슈얼리(shoelry)'라고 불러요. 신발과 주얼리를 붙인 말이에요. "처음 꾸미기는 아이들 중심이었어요. 디즈니 같은 캐릭터 위주였죠. 지금 뜨는 건 더 고급스러운 지비츠, 신발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드느냐예요."
근데 이 구멍에 처음 뭔가를 꽂아서 판 사람은 크록스가 아니었어요. 콜로라도 볼더의 한 엄마였거든요.
부엌 식탁의 실크 꽃
2005년 여름, 셰리 슈멜저는 세 아이와 부엌 식탁에 앉아 있었어요. 할 게 없는 심심한 오후였대요. 딸 렉시의 바느질 상자엔 실크 꽃이 한 묶음 들어 있었는데요.
"크록스 한 짝을 집어서 실크 꽃을 꽂기 시작했어요. 렉시가 '엄마, 너무 좋아' 하더라고요. 줄스도 따라 하고, 세 살이던 막내 라일리까지요. 다 같이 구멍에 이것저것 꽂고 있었죠."
퇴근한 남편 리치가 그 신발들을 봤어요. 셰리 말로는 "머리 위에 전구가 딱 켜지는 게 보였다"고요.
리치의 계산은 단순했죠. "크록스 가진 사람은 다 한 짝에 구멍이 13개잖아. 여기 뭔가 있겠는데."
리치는 특허를 냈고, 이름은 지비츠로 지었어요. 말 많은 사람을 놀리는 셰리의 별명 '플리비티 지베츠'에서 따왔대요. 첫 영업 사원은 아이들이었어요. 학교에 신고 가서 자랑하는 게 영업이었죠.
웹사이트는 8월 9일,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열었어요. 이틀쯤 뒤 동네 방송에 신기한 신상으로 소개됐고요.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주문이 100개, 200개 쌓여 있었대요. 셰리는 그 아침을 한마디로 기억해요. "완전히 패닉이었어요."
지하실 조립 라인과 일곱 번의 시제품
주문이 들어왔다고 끝이 아니었어요. 부부는 마당 정자에 나가 앉아 진지하게 얘기했는데요.
"이거 정말 할 거야? 애가 셋이고 대학 갈 돈도 모아야 하는데, 돈을 걸 거야?"
답은 "100% 예스"였어요. 문제는 그 돈이었죠. 부부는 집을 담보로 한도 대출을 열고, 친구한테도 손을 벌렸어요. 공장은 집 지하실이었어요. 조립 라인을 지하에 깔고 거기서 장식을 만들었죠.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구멍에 쏙 들어가야 하고, 걸어 다녀도 빠지면 안 되잖아요. 셰리는 구멍에 제대로 맞을 때까지 디자인을 일곱 번 갈아엎었어요. 일곱 번째에야 '꽂히는' 지비츠가 나온 거예요.
주문은 곧 지하실이 버틸 속도를 넘었어요. 그해 11월, 결국 생산을 해외 공장으로 옮겼고요. 그래도 셰리는 그 시절을 이렇게 기억해요. "재미없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어요. 새벽 두세 시까지 깨어 있어도 신이 났거든요."
아이들 학교에선 사고도 났어요. 렉시가 친구들한테 하도 나눠줘서, 다들 지비츠만 만지작거리다가 학교에서 한동안 금지됐대요. 렉시는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했는데요. 파는 입장에선 이만한 후기가 또 없죠. 😅
수영장에서 받은 명함 한 장
전환점은 동네 수영장에서 왔어요. 크록스에 지비츠를 잔뜩 꽂은 렉시한테 한 남자가 다가왔대요. "신발에 그거 뭐니?" "지비츠예요. 우리 엄마가 만들어요."
그 남자는 크록스 공동창업자 듀크 핸슨이었어요. 렉시 손에 명함을 쥐여주며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해" 했고요. 렉시는 수영장에서 명함 한 장을 들고 집에 온 거죠.
부부가 올라탄 시장도 폭발 중이었어요. 크록스는 2003년에 7만 6천 켤레를 팔았는데, 2006년엔 2천만 켤레 가까이 팔 거란 전망이 나왔거든요.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빈 구멍 26개가 같이 팔려 나간 셈이에요.
그 구멍을 채우는 지비츠 한 개는 2.49달러였고요.
그해 10월, 크록스가 지비츠를 샀어요. 식탁에서 첫 꽃을 꽂은 지 1년 남짓 만이었죠. 셰리는 디자인 총책임자로 남았는데요, 처음 손에 쥔 건 남이 만든 신발 한 짝과 거기 뚫린 구멍 13개뿐이었어요.
신발은 그대로, 지비츠만 새 시즌
20년이 지났어요. 지비츠는 2024년 한 해에만 2억 7,100만 달러어치 팔렸어요. 크록스 브랜드 매출의 8%가 조금 넘는 규모죠. 크록스 자체 조사로는 손님 약 75%가 지비츠를 사서 신발을 꾸민대요.
멜먼은 CNBC에 이렇게 말했어요. "지비츠는 수익성이 아주 좋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직접 버는 돈보다, 손님이 브랜드로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게 만든다는 거예요." 신발을 꾸미는 손님의 고객 생애가치(한 손님이 오래 쓰는 돈)가 안 꾸미는 손님보다 높다고도 했고요.
신발을 새로 사는 건 큰 결심이에요. 근데 장식 하나 바꾸는 건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끝이죠. 크록스는 그 가벼운 결심을 시즌마다 새로 팔아요. 여름엔 조개·딸기·돛단배 샌들 참을, 파티 철엔 금 체인과 진주를요.
새 형식은 작게 먼저 시험해요. 신발 타투는 웹사이트 한쪽에 조그맣게만 올려두고 손님 반응을 본대요. 샌들 참도 동나는 걸 보고 나서야 다음엔 더 크게 내기로 했고요. 신발 금형을 새로 파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실험이죠.
가격 폭도 넓혔어요. 뉴욕 매장엔 거기서만 파는 1.5달러짜리 피자 조각 지비츠가 있고, 850달러까지 하는 고급 지비츠를 모은 '보데가' 코너도 있어요. 중국 우한엔 꾸미기만을 위한 매장 '크록스 바이 유'를 열었어요. 동네 미대생이 스타일리스트로 옆에 붙어서 같이 신발을 꾸며주는데요.
최고제품책임자 로리 폴리아는 이 매장을 한 줄로 설명했어요. "꾸미지 않고는 신발을 살 수 없는 곳이에요."
우리 스토어로 치면 본품 1개에 부속 n개
이 구조를 스마트스토어로 옮기면 간단해요. 본품 1개에 부속 n개예요.
본품 상세페이지는 그대로 둬요. 금형도, 최소 발주 수량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새로 올리는 건 본품에 끼우고, 붙이고, 거는 몇천 원짜리예요. 텀블러라면 색깔 뚜껑과 손잡이 스트랩, 폰케이스라면 바꿔 끼우는 그립톡, 에코백이라면 달아 쓰는 배지처럼요.
여기서 손님은 새로 찾을 필요가 없어요. 지비츠가 크록스 신은 사람을 따라 팔렸듯, 부속은 이미 본품을 산 사람 목록에 먼저 알리면 돼요. 그리고 작게 내고, 동나면 키우는 거죠. 부속은 재고 부담이 본품보다 가벼워서 이 실험을 시즌마다 돌릴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요. 지비츠가 디즈니·마블·메이저리그와 라이선스를 맺고 1억 개째 판매를 앞두던 2008년에도, 제일 잘 팔린 건 3달러 이하로 팔던 셰리의 첫 디자인들이었대요. 850달러짜리 장식이 나온 지금도 시작은 바느질 상자 속 실크 꽃이었던 거예요.
우리 본품에도 아직 아무것도 안 꽂힌 자리가 있을 거예요. 오늘 본품 사진을 다시 열고, 거기 뭘 꽂을 수 있을지 하나만 찾아보세요!
민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