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는 사람한테는 일단 공짜로 줘야 써보지."
체험단 공지 올리기 전날 밤, 한 번쯤 해본 생각이에요. 써보면 좋은 걸 알 테니 문턱부터 치우자는 거죠.
쓰레기 수거 앱 '오늘수거'를 만든 서호성 대표도 똑같이 생각했어요. 결과는 70집 중 1집이었어요.
그 회사가 지금은 한 해 73억 원어치를 팔아요. 2023년 8.3억 원, 2024년 30억 원, 2025년 73억 원. 2년 만에 9배 가까이 컸다고 아웃스탠딩이 짚었죠.
그 성장의 첫 단추는 '공짜'를 지운 날에 끼워졌어요.
"70가구에 붙였는데, 한 곳이었어요"
서 대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카투사로 군 복무를 했어요. 부대가 미군 땅이라 쓰레기를 봉투 하나에 몽땅 넣어 버렸거든요.
전역하고 나오니 분리배출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어요. 이걸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없을까, 싶었던 게 시작이에요.
전역 직후 강남역 근처 오피스텔에 들어갔어요. 첫 마케팅은 전단이었고요. 내용은 '한 달 동안 쓰레기를 무료로 대신 버려드립니다'.
그 전단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같은 건물 70가구 문에 붙였어요. 신청은 한 집뿐이었죠.
"70가구에 붙였는데 신청한 가구는 단 한 곳에 불과했죠."
공짜로 줬는데 1.4%예요. 샘플 70개 뿌려놓고 리뷰 한 개 받은 기분이죠.
이유를 몰라서 주변에 물었대요. 돌아온 답은 두 가지였어요.
"전단지가 허술해 신뢰가 안 가고, 무료라는 게 마음에 걸려 신청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생각해보면 그럴 만해요.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집 문 앞 쓰레기를 공짜로 가져가겠대요. 듣기엔 거의 수상한 문자 수준이잖아요.
손님 머릿속엔 질문이 줄줄이 떠오르죠. 공짜면 이 사람들은 뭘로 먹고살지? 한 달 뒤엔 사라지는 거 아냐? 내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가는데?
두 번째 전단엔 3,000원이 적혀 있었어요
서 대표는 세 가지를 고쳤어요. 전단을 새로 만들고, 웹사이트를 열고, 돈을 받기로 했어요. 어떤 쓰레기든 문밖에 내놓으면 3,000원에 치워준다는 제안이었죠.
2주 뒤, 다시 70곳에 붙였어요. 이번엔 11집이 신청했어요.
1집이 11집이 됐어요. 수거 방식은 그대로였는데요.
달라진 건 손님이 '이 사람들 믿어도 되나'를 확인할 구석이었죠. 값이 붙자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약속처럼 읽혔고요.
서 대표도 나중에 비슷한 말을 했어요. "고객이 내는 비용은 폐기물을 책임지고 올바르게 처리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진짜 수확은 그다음이었어요. 돈을 낸 집들이 계속 돈을 냈거든요.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보니 한 번 이용한 분들이 계속 결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공짜 손님 1집으로는 끝까지 몰랐을 사실이에요. 무료로 쓴 사람은 다음 달에도 지갑을 열지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운전을 못 해서 버스를 타고 수거했어요"
그때부터 낮엔 전단을 돌리고 밤엔 쓰레기를 실어 날랐어요. 테스트를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주말까지 거의 하루도 안 빼고 새벽 수거를 했다고 해요.
"처음에는 운전을 못 해서 버스를 타고 수거하기도 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걸어 다녔어요."
손님이 늘자 밤 11시에 시작한 수거가 새벽 7시에 끝나는 날이 잦아졌어요. 케임브리지 수학과 졸업생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버스를 타다니, 계산이 영 안 맞는 그림이죠.
앱도 없었어요. 1년 동안 노코드 웹빌더 아임웹으로 신청을 받고, 카카오톡 챗봇으로 응대했어요. 고치기 쉽고 돈이 거의 안 드는 방식이었죠.
운도 한 번 따랐어요. 옆 오피스텔에 붙인 전단을 거기 살던 스타트업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려줬거든요. 투자자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첫 투자를 한 매쉬업엔젤스는 투자 이유로 높은 전환율과 리텐션(고객 유지율)을 꼽았어요. 3,000원짜리 전단에서 처음 본 그 숫자예요.
지금 홈페이지엔 누적 회원 75만 명, 누적 수거 260만 회가 걸려 있어요. 값도 여전히 받아요. 방문비 2,500원에 100g당 140원, 봉투 무게 사진을 확인하고 결제해요.
요기요가 공짜 쿠폰을 뿌려주는 지금
반전은 이달에 나왔어요. 요기요에서 2만 원 이상 배달을 시키면 오늘수거 무료 이용 쿠폰을 줘요. 서울·부천·안양·의정부·구리 고객에게 이달 말까지, 한 번, 20kg 봉투 두 개까지예요.
70집 중 1집이 받던 바로 그 '무료'예요. 다른 점은 공짜를 건네는 손이에요. 이번엔 손님이 매일 여는 배달앱이 쿠폰을 내밀어요. 뒤에는 5년 동안 값을 받고 쓰레기를 치워온 기록이 있고요.
공짜가 나빴던 게 아니에요. 순서가 문제였죠. 처음 보는 가게의 공짜는 "왜?"부터 부르거든요. 믿음이 먼저 쌓이면 같은 공짜가 선물로 읽히고요.
집 안이나 몸에 들이는 물건일수록 더 그래요. 화장품, 아이 간식, 반려동물 사료 같은 상품은 손님이 가격보다 '누가 책임지나'를 먼저 보죠.
우리 스토어로 옮겨보면 이래요. 리뷰가 열 개도 안 된 새 상품이라면, '무료 체험단 모집'보다 '첫 주문 3,000원, 마음에 안 들면 환불'이 더 믿음직할 수 있어요. 바로 옆에 문의할 카카오톡 채널 링크도 붙이고요.
전단을 다시 만든 서 대표처럼, 신청 버튼 옆에 믿을 구석을 하나 더 놓는 거예요. 다음 체험 공지를 쓸 때 '무료' 두 글자 자리에 값을 한 번 적어보세요!
분리수거 봉투를 들었다 놨다 무게부터 가늠해본, 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