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봉은요? 노란 왕관 응원봉은 어디 있어요?"
파리 1구 빅뱅 공식 팝업에서 유자 씨가 진열대를 두 바퀴째 돌고 있어요. 혼자 비건 선크림 브랜드를 꾸리는 만화 속 팬이죠.
티셔츠는 82유로, 응원봉 자리는 비어 있었어요
공연 전 사흘간 열린 팝업엔 파리 한정 티셔츠(82유로)와 포스터(35유로)가 깔렸어요. 180유로짜리 후드티도 있었고요.
그런데 20주년 공식 응원봉은 팝업에도, 공연장 판매대에도 없었습니다. 그날 무대는 프랑스 최대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였는데 말이죠.
"안전 및 적합성 문제" 한 줄만 남았어요
프랑스 팬베이스 BIGBANG FRANCE의 공지는 짧았어요. 응원봉이 "안전 및 적합성 문제로 유럽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거였죠.
어떤 요건이 빠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유럽 당국이 위험하다고 판정했다는 내용도 확인되지 않았고요. 한국 YG SELECT에선 5만 2천 원에 정상 판매되는 물건입니다.
아웃스탠딩에 실린 이미준 님 기고는 이 장면을 '아이러니'라고 불렀어요. 빅뱅 응원봉은 지금 아이돌 응원봉의 표준이 된 입체형 디자인의 원조로 꼽히거든요. 2017년 이후 첫 월드투어의 유럽 첫 무대에서, 그 원조가 진열대에 못 오른 셈이죠.
캐리어 속 선크림 샘플이 뜨끔했어요
유자 씨가 캐리어를 열어 봐요. 파리 편집숍에 보여 주려고 챙긴 선크림 샘플이 한가득이죠.
"줄만 길면 다 팔리는 줄 알았는데… 내 선크림도 서류 하나 빠지면 저렇게 되나?"
유럽 가는 길이 붐비는 건 사실이에요. 보건복지부 발표로 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의 유럽 수출액은 12억 6천만 달러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4%나 늘었죠. 파리엔 복지부가 여는 K뷰티 체험·판매장 'mmm'도 새로 문을 열었고요.
화장품은 챙길 서류 이름이 법에 적혀 있어요
응원봉도 유럽에서 지켜야 할 전자제품 규정은 공개돼 있어요. 다만 그 공지만으론 어느 칸이 비었는지 팬도 판매자도 알 수 없었죠. 화장품은 EU 화장품 규정(1223/2009)에 챙길 준비물이 항목별로 적혀 있어서, 내 상자에서 빠진 칸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 EU 안에 '책임자(RP)'가 지정돼 있어야 해요. 책임자가 있는 화장품만 유럽 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수입품이면 원칙적으로 수입업체가 맡고, 서면으로 위임받은 EU 안의 법인이 맡을 수도 있죠.
둘, 팔기 전에 그 책임자가 EU 화장품 신고 포털 CPNP에 제품을 신고합니다. 신고 전엔 안전성 평가서(CPSR)와 제품정보파일(PIF)을 갖춰 둬야 하고요.
셋, 용기와 포장에 책임자의 이름과 주소가 찍혀야 해요.
국내 상자 뒷면에 '화장품책임판매업자' 상호와 주소가 찍히는 것과 같은 자리죠. 유럽행 상자엔 그 자리에 EU 책임자 주소가 들어갑니다.
줄 선 손님 앞엔 먼저 챙긴 상자가 서요
비용이 걱정이면 정부 사업 목록부터 보면 돼요. 중소벤처기업부 해외규격인증획득 지원사업은 올해 2차 공고에서 '유럽 CPNP(화장품)'를 전략지원 항목에 넣었습니다. 매출에 따라 드는 비용의 50~70%를, 최대 1억 원까지 대 주는 조건이었죠.
올해 2차 모집은 이미 마감됐어요. 다음 공고는 중소기업 수출규제대응지원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유자 씨가 샘플 상자 하나를 뒤집어요. 한국 주소 아래가 텅 비어 있죠.
"응원봉은 뭐가 빠졌는지도 몰랐는데, 나는 빈자리가 어딘지는 아네!"
오늘 밤 유럽에 보내고 싶은 상자 하나를 뒤집어 사진부터 찍어 보세요. EU 주소가 들어갈 자리를 찾았다면, 유럽 준비는 벌써 시작된 거예요!
— 응원봉 대신 형광펜 흔들며 마감한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