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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마존 새 세금, 한국 셀러는 5년째 내던 돈

한이룸 · 2026.10.15 · 읽는 시간 4분

영국 아마존이 새로 걷겠다는 부가세, 영국 법인 없이 파는 한국 셀러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늘어나는 금액은 0파운드입니다.

영국 정부가 아마존·이베이·테무 같은 마켓플레이스에 판매자 부가세(VAT)를 직접 걷게 할 계획이라고, 더 타임스를 시작으로 영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어요. 존 힐리 재무장관이 10월 28일 예산안에 넣을 내용이고, 대상은 연매출 9만 파운드가 넘는 판매자입니다.

이게 큰 뉴스가 된 건 돈의 쓰임새 때문이에요. 정부는 최대 10억 파운드가 걷힐 걸로 보고, 이 돈으로 동네 상점에 붙는 지방 세금(business rates)을 깎아준다고 합니다.

인디펜던트도 "하이스트리트를 살리려는 새 세금 규칙"이라는 제목을 달았죠. 제목만 보면 온라인 셀러 전체가 청구서를 받는 그림인데요. 원문을 따라가 보면 이 청구서의 주소는 한국이 아닙니다.

런던 기숙사 방 하나, 회사 54개

더 타임스가 찾아낸 장면이 있습니다. 런던 북부 학생 기숙사의 한 집이 회사 54개의 등록 주소였고, 그 회사들의 단독 이사 49명은 모두 중국인 회계사였어요.

침대보다 법인이 많은 방이었던 셈이죠.

수법은 단순합니다. 영국에 회사를 세우면 '영국 사업자'가 되고, 영국 사업자는 부가세를 스스로 신고해요. 그 회사 이름으로 아마존·이베이에 판매자 등록을 하고 팔다가, 세금 고지가 오기 전에 회사를 닫습니다.

손님에게 받은 20%가 그대로 판매자 주머니에 남는 구조예요.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도 해외 판매자들이 가짜 회사로 부가세를 피하면서 영국 가게보다 싸게 판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 아마존 부가세, 한국 셀러 몫은 첫 판매부터 걷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기존 규칙 하나를 꺼내야 합니다. 영국은 2021년 1월부터 영국에 사업장이 없는 판매자의 부가세를 마켓플레이스가 대신 걷게 했어요.

영국 국세청(HMRC) 안내문 기준으로, 영국 창고에 있는 물건이면 금액과 상관없이 아마존이 판매 시점에 부가세를 뗍니다. 해외에서 바로 부치는 135파운드 이하 소포도 마찬가지고요. 영국 회사에 주어지는 9만 파운드 등록 문턱은 해외 판매자에겐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 FBA 창고에 세럼을 넣고 24파운드에 판 한국 셀러라면, 그중 4파운드는 이미 아마존이 떼어 HMRC로 보내고 있었던 거죠.

아마존이 이 방식으로 2021년 이후 영국에 낸 부가세는 60억 파운드입니다. 공공회계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제도 도입 뒤 해마다 15억 파운드가 더 걷혔는데 HMRC가 처음 예상한 금액의 다섯 배였어요.

기숙사 방의 회사들은 바로 이 규칙을 피하려고 '영국 사업자' 간판을 달았던 겁니다. 이번 개편은 그 간판으로 빠져나가던 길을 막는 일이고요.

국내로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사업자등록만 해 두고 부가세 신고 직전에 폐업하는 가게가, 같은 매대에서 같은 상품을 부가세만큼 싸게 파는 장면이에요. 영국은 세율이 20%라 그 차이가 한국의 두 배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단속을 먼저 하자고 한 쪽이 아마존이라는 점이에요. 아마존은 지난해 예산안을 앞두고 모든 판매자의 부가세를 마켓플레이스가 걷게 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세금을 더 걷게 해 달라고 조르는 회사, 흔한 풍경은 아니죠.

이번 보도에도 아마존은 "세수는 크게 늘고, HMRC와 정직한 판매자 모두 신고가 단순해진다"며 지지 입장을 냈습니다.

수수료표와 세율에는 아직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번 설계가 바꾸는 건 세율이 아니라 '누가 걷느냐'입니다. 20%는 그대로고, 판매 수수료를 올린다는 말은 어느 보도에도 없어요.

이베이도 해외 판매자가 의무를 지키게 하는 조치를 강하게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9만 파운드 아래 영국 소상공인은 보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죠.

예외는 하나 있습니다. 영국에 법인을 세워 파는 한국 셀러라면, 연매출 9만 파운드를 넘는 순간 이번 규칙 대상이 돼요.

내던 세금이 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판매 대금에서 부가세를 먼저 떼면, 매입 때 낸 부가세를 돌려받기를 기다리는 쪽으로 자리가 바뀌어 돈이 도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요. 회계법인 크로우 영국의 롭 재너링 파트너가 블룸버그택스 기고에서 짚은 부분입니다.

9만 파운드 문턱까지 남은 거리

아직 법이 아니라 예산안 전 보도입니다. 재무부 대변인은 "세금 결정은 재무장관이 재정 행사에서 밝힌다"고만 했고, 시행일은 나오지 않았어요.

문턱도 흔들립니다. 영국 소상공인연맹(FSB)은 9만 파운드가 너무 높아 악용 여지가 남는다고 했죠.

조세 전문가 댄 니들은 더 나갔습니다. "플랫폼이 판매 대금의 부가세를 한 푼도 빠짐없이 걷지 않으면, 이 가짜 회사들은 또 다른 우회로를 찾을 것"이라고요.

9만 파운드가 어느 쪽으로 정해지든 영국 법인 없이 파는 한국 셀러의 계산서는 그대로입니다. 문턱이 내려갈수록 바뀌는 건 옆 가게의 계산서예요.

영국 아마존에서 가격에 밀려 리스팅을 접은 적이 있다면, 그때 옆 가게 가격표에는 내지 않은 20%가 섞여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규칙은 처음부터 정직하게 내 온 판매자 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10월 28일 예산안에서 시행일과 문턱, 이 두 숫자가 나오면 접어 둔 영국 가격표부터 다시 꺼내 보세요!

— 미나킴 · HMRC 안내문과 기숙사 주소 사이를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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