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바꿀 때마다 하던 가게 설명, 파일 한 장이면 끝

한이룸 · 2026.10.21 · 읽는 시간 4분

"이만큼 가르쳐 놨는데, 이제 와서 다른 AI로 옮기라고요?"

AI 요금제가 바뀌었다는 메일을 열면 이 말부터 나오죠. 구독료보다 무서운 건 AI 기억 옮기기, 그러니까 우리 가게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일이니까요.

단순 변심 반품은 왕복 배송비를 받는다, 상세페이지엔 '저렴한' 대신 '합리적인'을 쓴다. 이런 걸 새 AI한테 세 번째 읊고 있으면, 앵무새는 AI가 아니라 저였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 수고를 파일 한 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AI 회사 쪽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커서에서 정한 건 코덱스가 몰라요"

텐센트의 AI 조직 훈위안이 'Hy Memory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어요. AI가 뭘 기억할지 고르는 전용 모델, 기억을 쌓는 엔진, MemHub라는 앱까지 세 가지를 통째로 무료로 풀었죠.

소개 페이지가 꺼낸 고민이 딱 위 장면이에요. 코딩 AI 커서에서 정해 둔 취향을 다른 도구인 코덱스는 모르고, 한 도구에서 합의한 규칙을 다른 도구에선 또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MemHub는 AI 도구 10종이 기억 한 벌을 나눠 쓰게 해 줍니다. 그 기억은 회사 서버가 아니라 내 컴퓨터 폴더에 저장되고요. 앱을 지워도 기억은 기본으로 남고, 지우려면 따로 두 번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텐센트가 내건 문장은 이래요. "기억을 당신의 장기 자산으로, 어느 한 도구에도 묶이지 않게."

물론 지금 당장 깔아 쓸 물건은 아니에요. 연결되는 도구가 클로드 코드·커서처럼 대부분 개발자용이고, 맥과 리눅스만 되고 윈도우는 안 되거든요. 텐센트도 아직 미리보기 단계라고 적어 뒀습니다.

그런데도 이게 뉴스인 건 방향 때문이에요. AI 직원 '데빈'을 만드는 코그니션도 데빈의 기억을 MEMORY.md라는 문서 파일로 남기기 시작했거든요.

하루 한 번쯤 겹치는 메모는 합치고 안 쓰는 메모는 지우는 '드리밍' 기능도 붙였습니다. 이 파일 형식은 다른 AI에서도 쓰라고 공개 규격으로 풀었고요. AI의 기억이 '그 회사 안에 있는 무언가'에서 '내가 들고 다니는 문서'로 옮겨 오는 중인 거죠.

"요금이 또 바뀐다고요?"

셀러한테 이게 반가운 건 요금표가 요즘 너무 자주 움직여서예요.

X는 그록·커서를 월 30달러짜리 'X 구독' 하나로 묶었습니다.

챗GPT도 월 200달러 프로 요금제의 사용 한도를 줄였죠. 기존 구독자에게 예전 한도를 남겨 두는 건 10월 29일까지예요.

묶음 할인은 한곳에 오래 머물수록 이득인 구조입니다. 그 조건을 가격만 보고 받을지 말지 고르려면, 떠나는 비용이 작아야 하고요.

"저에 대해 저장한 기억을 전부 적어 주세요"

다행히 개발자 도구 없이도 옮기는 길은 이미 열려 있어요.

클로드는 다른 AI에서 기억을 꺼내 오는 질문을 공식으로 내놨습니다. 첫 문장이 "다른 서비스로 옮기려고 해서 제 데이터를 내보내야 해요"예요. 헤어지자는 말을 이렇게 공손하게 하는 프롬프트는 처음 봤어요.

이어서 저에 대해 저장한 기억을 전부, 날짜를 붙이고 제가 쓴 표현을 최대한 살려 코드 블록 하나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죠. 이 질문을 지금 쓰는 챗GPT에 그대로 붙여 넣으면 됩니다.

나온 글은 클로드 설정의 메모리 항목에서 가져오기를 시작해 붙여 넣으면 끝이에요. 무료 요금제도 웹과 데스크톱 앱에서 되고요. 클로드 기억은 업무 이야기 위주로 남게 설계돼 있는데, 가게 운영 얘기가 바로 그 업무죠.

제미나이도 비슷합니다. 왼쪽 아래 설정 및 도움말에서 기억 가져오기 메뉴(영문 화면 기준 'Import memory to Gemini')를 고르면 질문을 하나 내주고, 다른 AI의 답을 붙여 넣게 해요. 유럽·영국·스위스만 빠져 있으니 한국 개인 계정이면 쓸 수 있습니다.

"그 글, 붙이기 전에 저장부터 해 주세요"

여기서 한 박자만 쉬어 가면 좋아요. 클로드 도움말도 뽑아낸 기억을 내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해 두라고 안내하거든요. 백업도 되고, 다음에 또 옮길 때 그대로 쓰라는 거죠.

옮긴 기억은 옮긴 순간의 상태 그대로예요. 챗GPT가 그 뒤에 새로 배운 건 따라오지 않죠. 그래서 원본은 AI 안이 아니라 내 폴더의 '가게기억' 파일에 두는 게 맞습니다. 데빈의 MEMORY.md를 우리 가게 크기로 줄인 셈이에요.

파일엔 이런 게 남으면 됩니다. 브랜드 말투(쓰는 말과 안 쓰는 말), 대표 상품 기본 정보, 배송·반품 규정, 자주 보내는 CS 답변 몇 개.

결국 어느 AI를 쓰든 결과를 가르는 건 상품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의 설명이에요. 그 설명이 파일로 있으면 상세페이지 문구도 CS 답장도 새 도구에서 바로 같은 말투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손님 이름·전화번호·주소는 지우고 넣어 주세요. 어느 AI로 보내든 이 파일은 내 손을 떠나는 글이니까요.

정은 빼고 가격표만 보면 돼요

다음 요금 개편 메일이 오면, 갈아탈지 버틸지는 그달 청구서에 찍힌 숫자로 정하면 됩니다. 다시 가르치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고르는 쪽은 셀러죠. 오늘 밤엔 챗GPT한테 우리 가게에 대해 뭘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충분해요!

— 앵무새 은퇴를 준비하는 다혜

← 이룸회보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