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전화는 0.57초보다 네네를 알아듣는 게 먼저다

한이룸 · 2026.10.24 · 읽는 시간 3분

오후 두 시, 포장대에서 테이프를 뜯다가 가게 전화가 울려요. "어제 받은 식탁인데요, 다리 나사가… 음… 그 동그란 거…" 손님이 단어를 고르는 그 1초 사이에, 성급한 AI라면 벌써 "교환 접수를 도와드릴까요?"를 말하고 있을 거예요.

반대로 꼬이는 통화도 있죠. AI가 조립 순서를 설명하는데 손님이 "네, 네" 하고 맞장구를 칩니다.

이걸 끼어들기로 알아들은 AI는 설명을 뚝 멈추고 "말씀하세요"라고 해요. 손님은 할 말이 없고, 둘이 서로 먼저 하시라며 양보만 하다 통화가 길어지고요.

AI 전화 상담 쪽에 이번에 소식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일레븐랩스는 질문을 듣고 0.57초 만에 말을 시작하는 실시간 음성 모델을 내놨고, 채널톡은 걸려 온 전화를 AI가 받는 '보이스 알프'를 정식으로 열었어요. 테크42는 이 흐름을 두고 음성 AI 경쟁이 '얼마나 빨리'에서 '언제 말하느냐'로 옮겨 갔다고 짚었죠.

AI가 가게 전화를 받기 시작한 건 올봄부터 보였지만, 맡길지 정하는 기준은 이번에 더 또렷해졌어요. 응답 속도가 아니라, 손님이 말을 끊거나 맞장구를 쳐도 AI가 그걸 구분해 내느냐입니다.

더 똑똑한 모델이 대화 호흡 점수는 낮았어요

일레븐랩스가 공개한 성적표부터 보죠. 고객 상담용으로 내놓은 '맥스'는 음성 추론 시험에서 98.8%를 받았고, 첫 소리를 내기까지 0.57초가 걸려요. 가벼운 대화용 '미니'는 0.62초로 조금 느립니다.

0.05초 차이는 손님이 숨 한 번 고르는 시간보다 짧죠. 눈길이 가는 건 다른 시험이에요.

끼어들기·맞장구·잠깐 멈춤을 사람처럼 넘기는지 보는 '풀 듀플렉스 벤치'에서는 미니가 95.8%, 맥스가 94.1%였거든요. 차이는 작지만 방향은 분명해요. 머리가 좋다고 대화 호흡까지 좋은 건 아니라는 거죠.

회사 설명으로는 미니가 말이 끝난 것과 짧은 맞장구를 구분하도록 만들어졌대요. 저는 친구 말 끊는 버릇을 고치는 데 스물아홉 해가 걸렸는데, AI는 이걸 시험지로 채점받고 있더라고요.

물론 이 점수들은 회사가 발표한 숫자예요. 내 가게 손님 목소리로는 따로 들어 봐야 합니다.

손님 87%는 1.5초 안에 말을 이었어요

채널톡은 이 문제를 자기 사내 카페에서 먼저 쟀어요. AI 전화 주문 1만여 건을 들여다봤더니, AI가 "아직 말이 안 끝났다"고 보고 기다린 경우의 87%에서 손님이 1.5초 안에 말을 이었다고 합니다.

침묵하자마자 답했으면 그 손님들 말은 대부분 중간에 잘렸을 거란 얘기죠. 그래서 보이스 알프는 억양과 머뭇거림을 듣고, 지금 침묵이 말의 끝인지 단어를 고르는 중인지 가려요.

설정 메뉴에도 손님이 끼어들 때 어떻게 할지 정하는 항목이 따로 있어요. 거기다 실제 채널톡 상담사 목소리로 학습한 음성을 써서, 한영이 섞인 말이나 날짜, 인터넷 주소도 자연스럽게 읽게 만들었습니다.

CS로 옮겨 보면 숫자가 꽤 구체적입니다. 음식물 처리기 브랜드 린클은 제품 문의부터 A/S 접수까지 AI에 맡긴 뒤, 상담사가 직접 받는 전화가 약 39%, 전체 통화 시간이 약 42% 줄었대요.

직접 전화 받는 입장이면 "배송 언제 와요?"처럼 하루에 열 번씩 같은 답을 하는 전화부터 덜어 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포장대에서 테이프 뜯던 손이 덜 멈추는 거죠.

AI 전화 상담, 한국어로 1시간에 9,600원

맡겨 볼지 정할 때 확인할 건 두 가지예요. 한국어를 하는지, 그리고 한 시간 통화시키면 얼마인지.

채널톡 보이스 알프는 한국어가 기본이에요. 거는 사람의 국가번호로 응답 언어를 정하고, 손님이 말을 바꾸면 따라 바꿉니다.

요금표를 보면 AI 전화 상담 기본 모델은 쓴 만큼 낼 때 분당 160원, 1년 계약이면 120원이에요. 한 시간 꽉 채워 통화해도 9,600원, 7,200원이죠. 오픈AI의 GPT Live 모델로 돌리면 분당 270원으로 올라가고, 전화번호 이용료는 월 1만 2천 원이 따로 붙어요(부가세 별도).

기본료 0원인 '무료+' 플랜에서도 사업자 인증을 마치면 월 300분까지 AI 전화 상담을 쓸 수 있게 돼 있어요. 손님을 받기 전에 AI 설정의 미리보기 탭에서 브라우저나 테스트 번호로 먼저 통화해 볼 수도 있고요.

일레븐랩스도 한국어가 되고 무료로 15분을 주는데, 0.57초짜리 맥스의 한국어 상담 성적은 아직 공개된 게 없으니 우리말 발음부터 들어 보면 됩니다.

데모 전화에서 0.57초는 그냥 넘기셔도 됩니다. 대신 AI가 설명하는 도중에 "네, 네"를 두 번, "아, 잠깐만요"를 한 번 끼워 보세요. 맞장구엔 하던 말을 이어 가고 "잠깐만요"엔 멈추는 AI라면 가게 전화를 맡길 자격이 있습니다. 합격한 AI에게는 "배송 언제 와요?" 전화부터 넘겨 보세요!

— 이 글 쓰는 동안 엄마 전화에 "응, 응"만 세 번 한 다혜

← 이룸회보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