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커머스협회(BEVH)가 3분기 성적표를 내면서 보도자료 맨 아래에 표 두 장을 붙여 놨어요. 기사들은 본문의 '테무·쉬인·알리 매출 35.5% 감소'를 옮겼고, 저는 계산기를 들고 둘째 표까지 내려갔어요.
경쟁자 매출이 빠졌다는 문장 아래에, 가게 매출이 안 늘어난 표가 있었거든요.
숫자는 협회가 독일 소비자 4만 명에게 물어 모은 값이에요. 부가세는 들었고 물가는 안 뺐어요.
한눈에 1 — 테무·쉬인·알리 독일 매출은 3분의 1 넘게 빠졌어요
7~9월 독일 사람들이 테무·쉬인·알리에서 쓴 돈은 5억 6,600만 유로예요. 작년 같은 분기보다 35.5% 적죠. 거꾸로 계산하면 작년엔 8억 7,800만 유로쯤이었으니 3억 유로 남짓이 빠졌어요.
협회가 꼽은 이유는 7월부터 EU 밖 150유로 이하 소포에 품목 종류마다 3유로씩 붙는 관세예요.
저는 그 3억 유로가 옆 가게로 갔겠거니 했어요. 둘째 표는 다르게 적혀 있었고요.
한눈에 2 — 늘어난 5억 유로는 거의 다 오픈마켓 줄에 찍혔어요
둘째 표는 같은 매출을 '누가 팔았나'로 나눈 표예요. 독일 온라인 쇼핑 전체는 1년 새 5억 1,300만 유로 늘었는데(+2.9%), 오픈마켓 줄 하나가 4억 9,100만 유로 늘었습니다(+5.0%).
자체 온라인몰만 하는 가게(온라인 약국 포함)는 4,100만 유로 줄었어요(-0.8%). 매장과 온라인몰을 같이 하는 가게는 5,600만 유로 늘었고요(+2.5%). 둘을 합치면 1,500만 유로, 0.2% 늘어난 거예요.
싼 경쟁자가 3억 유로를 내준 분기에 가게 매출은 제자리였던 거죠. 협회 대표 알리엔 물리크도 "이곳 판매자들은 아시아 경쟁자들의 약세에서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했어요.
다만 표엔 테무·쉬인·알리가 어느 쪽에 들어 있는지가 안 적혀 있어요. 그래서 '빠진 돈이 오픈마켓으로 갔다'는 화살표는 안 그렸어요.
한눈에 3 — 시장보다 빨리 큰 물건은 약·드럭스토어·식품이에요
가게 매출이 제자리였다고 다 멈춘 건 아니에요. 첫째 표를 물건별로 보면 약 +15.4%, 드럭스토어 용품 +14.3%, 식품 +9.1%로 시장 평균 2.9%를 한참 넘겼어요. 만든 회사가 직접 판 매출도 +4.2%로 평균보다 빨랐습니다.
석 달 전 협회가 적어 둔 한 문장
2분기 발표 날, 같은 대표는 새 관세를 두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시아에서 오는 저가 수입품에 이 부과금은 별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석 달 뒤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죠. 옆 가게로 갔겠거니 한 제 예상도 같이 빗나갔고요. 협회랑 저랑 1패씩이에요.
경쟁자가 빠진 분기에 독일에서 시장보다 빨리 큰 쪽은 오픈마켓, 직접 만들어 파는 회사, 매일 쓰는 물건이었어요. 내 물건이 이 셋 중 어디에 걸치는지 한 번 세어 보면, 남의 나라 성적표도 꽤 쓸 만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