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가전·디지털 할인전 '쿠가세'가 10월 25일까지 2주 일정으로 열렸습니다. 한정 수량 특가는 이번에도 매일 오후 2시에 풀립니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을 비롯한 300여 개 브랜드가 나왔고, 특가 상품은 400여 개입니다. 상반기 행사의 1.5배쯤 되죠.
쿠팡에서 가전·디지털을 파는 작은 가게가 이 소식에서 건질 건 할인율이 아닙니다. 시각입니다.
쿠가세 한정 특가는 네 번 내내 오후 2시였습니다
쿠가세는 2025년 5월에 처음 열렸습니다. 간판 코너 이름은 '선착순 초특가'였고, 매일 오후 2시에 인기 상품 4~6개를 한정 수량으로 풀었죠.
그해 가을 행사에선 '선착순 특가'라는 이름으로 100원, 9,900원짜리 상품이 나왔습니다. 올해 상반기엔 다시 '선착순 초특가'였고요. 이름은 조금씩 바뀌었는데 시각은 세 번 다 오후 2시였습니다.
네 번째인 이번엔 코너 이름이 아예 '2시 오픈런'입니다. 세 번 지킨 시각이 이번엔 간판으로 올라간 겁니다.
이번 2시의 얼굴은 닌텐도 스위치 2인데요. 쿠팡은 "지난 행사 최고 인기 상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초특가 상품은 한꺼번에 다 보여주지 않고 순서대로 공개합니다.
손님 입장에선 내일 2시에 뭐가 나올지 모르니 매일 들어와 볼 이유가 생깁니다. 판매자 입장에선 가전·디지털 손님이 쿠팡 앱을 여는 시각이 2주 동안 열네 번 정해진 겁니다.
그런데 쿠팡 광고는 자정에 출근합니다
쿠팡 광고 '자주 묻는 질문'에 이런 문답이 있습니다. "광고가 시작되는 시간을 따로 설정할 수 있나요?" 답은 "시작일 자정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따로 시작 시간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입니다.
퇴근 규칙도 나와 있습니다. 설정한 일예산을 다 쓰면 광고는 자동으로 멈춥니다. 다시 켜지는 건 다음 날 0시쯤입니다.
자정에 출근한 광고가 점심도 되기 전에 퇴근하는 날이 있다는 뜻이죠. 쿠팡이 권하는 일예산은 하루 3만 원 이상인데, 그 예산이 오전에 바닥난 날이면 2시에 들어온 손님 앞에서 내 광고는 이미 꺼져 있습니다.
아침엔 멀쩡하던 캠페인이 오후에 열어 보니 예산 소진으로 서 있던 날, 광고를 돌려본 가게라면 한 번쯤 겪었을 겁니다. 평소엔 그러려니 넘겨도 됩니다. 이 2주엔 그 시간이 쿠팡이 손님을 따로 불러 모으는 시각과 겹칩니다.
광고센터가 챙겨주는 시간은 오후 6시 이후입니다
쿠팡도 예산이 일찍 떨어지는 문제를 압니다. 그래서 '자동규칙'이라는 기능을 둡니다. 예산 소진율, 전체 매출, 광고수익률을 조건으로 걸어두면 예산을 알아서 올리거나 캠페인을 켜고 끄는 기능입니다.
다만 쿠팡이 대표로 권하는 규칙은 "오후 6시 이후 일예산 부족으로" 매출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규칙입니다. 쿠팡이 스스로 꼽는 평소 대목이 저녁이라는 얘기죠.
쿠가세 2주는 그 평소와 다릅니다. 가전·디지털엔 오후 2시에 대목이 하나 더 생깁니다.
그럼 자동규칙에 2시를 걸어두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텐데요. 쿠팡 FAQ에 적힌 조건은 앞의 세 가지가 전부이고, 시각을 고르는 조건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소진율 조건으로 예산을 올려주는 규칙이 2시 전에 움직이는지도 공개된 설명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2주는 직접 열어 보는 쪽이 빠릅니다. 며칠만 오후 1시 50분에 광고센터를 열어 보면 되는데요. 캠페인이 예산 소진으로 서 있으면 일예산을 올립니다. 쿠팡 설명으로는 바꾼 예산은 바꾼 시점부터 적용되고, 멈춘 광고도 그때부터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자동규칙을 이미 걸어둔 가게라면 이 1시 50분 확인이 시험을 겸합니다. 그 시각에 광고가 켜져 있으면 규칙이 낮에도 일하고 있는 것이고, 서 있으면 2시는 손으로 챙기면 되죠.
물론 2시 손님이 스위치만 잡고 나갈 수도 있습니다. 오픈런 손님이 다른 상품을 얼마나 둘러보는지는 쿠팡 발표문에 없거든요.
그래서 같은 시각이 열네 번 반복되는 이번 행사가 쓸모 있습니다. 윙 주문 내역에서 오후 2~3시대 주문 건수를 행사 전 주와 나란히 놓으면, 2시에 쓴 광고비가 남는 장사였는지 내 숫자로 답이 나옵니다. 올린 예산만큼 청구액도 오르니, 아니다 싶으면 사흘 만에 도로 내려도 됩니다.
히터 값은 따라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값 얘기도 짚고 갑니다. 이번 행사에서 전기히터, 가습기 같은 겨울 가전 일부가 1만 원에서 2만 원대에 나옵니다. 예컨대 2만 9천 원짜리 가습기를 파는 가게엔 2주짜리 비교 대상이 붙은 겁니다.
쿠팡 발표문에는 판매자 모집이나 참여 방법이 한 줄도 없습니다. 이름이 오른 건 다이슨, 로보락, 쿠첸 같은 브랜드고요. 이번 특가는 쿠팡이 브랜드들과 준비한 값이라, 작은 가게가 마진을 헐어서 맞출 값이 아닙니다.
따라 내리면 뒤끝도 남습니다. 할인율을 표시할 때 기준이 되는 종전 가격은 최근 20일가량 실제로 판 값 중 가장 낮은 값입니다. 지난 #93에서 짚었던 그 20일 기준인데요. 행사 끝까지 내려 판 값은 11월 중순까지 따라다니고, 11월 대형 행사에서 내걸 할인율이 그만큼 작아집니다.
쿠팡이 네 번째 같은 시각에 손님을 부르고 있으니, 이번 2주에 작은 가게가 챙길 일은 그 시각에 광고가 켜져 있게 하는 것 하나입니다. 드는 돈은 일예산 몇만 원입니다.
스위치 2는 못 잡아도, 광고 끄는 스위치는 내 손에 있습니다. 2~3시대 주문이 한 건이라도 늘었다면, 다음 쿠가세는 미리 달력에 적어둘 만합니다.
— 김윤아 · 이번 호 시계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