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직 아마존에서 사요. 딸이 있거든요. 자전거도 필요하고, 킥보드도 필요하고요."
이 말을 한 사람은 아마존 계정 정지를 당한 판매자예요. 미국 발명가 잭 네칼라(Jack Nekhala). 침대 시트가 벗겨지지 않게 매트리스 둘레를 조여 주는 밴드, '베드 스크런치(Bed Scrunchie)'를 만든 사람이죠.
연말 대목 직전에 판매 계정이 꺼졌고, 사업은 크게 꺾였어요. 그런데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마존에서 장을 본대요. 본인 입으로 "미친 거죠"라고 할 정도예요.
거기다 계정이 없는데도, 베드 스크런치는 오늘도 아마존에서 팔려요. 회사 매출의 70~80%가 아직 거기서 나온다는 게 네칼라의 계산이에요.
쿠팡이 한밤중에 두 시간쯤 멈췄던 날, '내 매출이 여기 얼마나 걸려 있더라' 하고 세어 본 우리한테는 흘려듣기 어려운 얘기예요.
"벨트 없는 바지 같은 거죠"
네칼라는 원래 침구 회사 럭서 리넨(Luxor Linens)을 하던 사람이에요. 2015년, 아내와 쓰려고 좋은 시트 세트를 집에 들였는데 밤마다 모서리가 벗겨졌대요.
아마존에서 평점 좋은 시트 고정 클립을 사 봤어요. 모서리마다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야 했죠. 네 번이나요.
답은 출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나왔어요. '복주머니 끈처럼 시트 둘레를 한 바퀴 조이면 되잖아.' 그날 바로 오랜 친구이자 동업자인 마이클 누신키스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거기서 출시까지 4년이 걸렸죠. 네칼라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다시 받았고, 둘이 끌어모은 돈이 20만 달러(약 2억 7천만 원)를 넘었어요. 중국 공장엔 네 번 날아갔고요.
2019년 출시를 앞두고 그는 업계지에 이렇게 말했어요. "시트에 이게 없으면, 벨트 없는 바지 같은 거죠."
팬데믹이 오자 아마존 주문이 터졌어요. 연 매출은 한때 600만 달러(약 80억 원)까지 갔고, 대부분이 아마존에서 나왔어요.
"모든 광고는 결국 아마존으로 가요"
계정이 멀쩡하던 시절, 두 사람은 전국 TV에 인포머셜(홈쇼핑처럼 길게 보여주는 광고)을 틀었는데요. 광고가 안내한 곳은 아마존이 아니라 자사몰이었어요.
값도 자사몰이 쌌어요. 자사몰 39.99달러, 아마존 44.95달러. 우리 돈으로 6천 원 넘게 차이가 나죠.
그래서 자사몰 주문이 쏟아졌냐고요? 광고가 나갈 때마다 뛴 건 아마존 주문이었어요.
네칼라가 보기에 손님은 TV에서 물건을 알고, 아마존에 가서 후기를 읽고, 거기서 결제했죠. 더 비싼데도요. 그는 이걸 한마디로 정리해요. "모든 광고는 결국 아마존으로 가요."
누신키스는 손이 먼저 간다고 했어요. "뭘 사야겠다 싶으면, 그냥 아마존이에요."
카드도 주소도 이미 들어 있으니까요. 새 쇼핑몰에 회원가입하는 수고가 5달러보다 비쌌던 거죠.
"아마존이 무너지니까 사업이 통째로 무너졌어요"
2024년 11월, 계정이 정지됐어요. 보증 카드에 '제품을 등록하고 리뷰를 남기면 부속품을 드린다'고 적어 온 게 리뷰 정책 위반이라는 이유였는데, 두 사람은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어요.
하필 블랙프라이데이 직전이었어요. 아마존 대출 프로그램으로 돈을 빌려 창고에 3만 개를 쌓아 둔 참이었죠. TV 광고 시간도 사 놨고요.
계정 안에 있던 판매 대금 9만 달러(약 1억 2천만 원)는 그대로 묶였어요. 정지를 풀어 달라고 건 전화가 기록에 남은 것만 20통이에요.
그해 매출은 약 450만 달러(약 60억 원)였고, 더 오를 참이었대요. 네칼라는 그때를 이렇게 말해요. "아마존이 무너지니까, 사업이 사실상 통째로 무너졌어요."
1년 뒤 크리스마스 무렵엔 미국 중소기업청 대출까지 못 갚는 처지가 됐어요. 그는 링크드인에서 아마존 임원들을 찾아 메시지를 보냈어요. 담당자 전화가 한 통 왔고, 20분을 통화했죠. 계정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제 인생은 그 전과 같지 않아요." 두 사람은 빚을 안은 채, 20년 가까이 가족을 위해 쌓아 온 걸 다시 쌓는 중이에요.
"만든 사람은 밀려났는데, 물건은 남아 있어요"
계정은 못 살렸어요. 대신 두 사람은 물건을 그 자리에 남겼어요.
베드 스크런치를 중간 유통사에 도매로 넘긴 거예요. 그 유통사가 자기 계정으로 아마존에 올려요. 지금 값은 49.99달러(약 6만 7천 원)예요.
공짜는 아니에요. 네칼라가 블룸버그에 한 말로는, 중간에 한 단계가 끼면서 손님이 개당 10달러쯤 더 내게 됐어요. 아마존은 팔릴 때마다 수수료 7달러쯤을 전처럼 가져가고요.
네칼라는 속이 쓰리다고 해요. "만들고 키운 사람은 밀려났는데, 물건은 더 비싼 값에 그 자리에 남아 있어요."
그래도 물건은 팔려요. 매출의 70~80%가 여전히 아마존에서 나오거든요. 그의 말로는 손님은 아마존에서 베드 스크런치라는 이름만 보고, 발명한 회사가 아닌 재판매자한테 사는 줄 모를 수 있대요. 같은 이름, 같은 물건이니까요.
네칼라 본인도 그 손님 중 하나예요. 자기를 내보낸 가게에서 딸 킥보드를 사는 일을 그는 "인생을 뒤집어 놓은 상대와 억지로 저녁을 먹는 기분"이라고 했어요. 그 저녁을 일주일에 두세 번 먹는 거죠.
계정 정지 대비, 자사몰 말고 하나 더
두 사람 이야기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손님이에요. 손님은 브랜드를 따라 움직이지 않았어요. 늘 사던 매대에 그대로 있었죠.
TV 광고에 6천 원 싼 값까지 걸었는데도 못 옮긴 손님이에요. 그러니 계정 정지 대비를 '자사몰 키우기' 하나로만 잡으면 구멍이 남아요.
자사몰이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값으로는 손님이 안 움직였다는 거죠. 예전에 다룬 본품은 아마존에, 리필은 자사몰에만 둔 주노코처럼 거기에만 있는 물건을 두는 건 또 다른 길이고요.
이 회사 매출이 끊기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같은 매대에 물건을 대신 올려 줄 거래처 한 곳이에요. 특허를 낸 자기 물건이라 가능한 일이었죠. 진짜 베드 스크런치를 팔려면 두 사람한테서 받아 와야 하니까요.
우리 스마트스토어나 쿠팡으로 옮기면 세어 볼 게 두 가지예요. 지난 석 달 매출에서 판매자 계정 하나에 걸린 몫이 몇 %인지. 그리고 그 계정이 멈춘 날, 내 물건을 같은 매대에 올려 줄 도매 거래처나 위탁 판매자가 한 곳이라도 있는지요.
계정은 플랫폼이 빌려준 자리고, 물건은 내 거예요. 자리는 하루아침에 꺼질 수 있어도, 내 이름이 붙은 물건은 남의 계정을 빌려서라도 그 매대에 남을 수 있어요. 네칼라는 그걸 제일 아픈 방식으로 보여줬고요. 우리는 계정이 멀쩡한 오늘, 도매 단가표 한 장부터 만들어 두면 돼요!
박민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