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목엔 광고비를 좀 더 얹어야겠지.'
연말이 다가오면 기존 고객 재구매보다 이 생각이 먼저 들잖아요. 작년 이맘때 사 간 손님은 주문 엑셀 어딘가에 이름과 번호로만 남아 있고요.
인도도 똑같더라고요. 옷과 사리(인도 전통 의상) 가게가 몰린 섬유 도시 수라트에서 가게들과 일한다는 사람이 레딧에 글을 올렸거든요. 최대 명절 디왈리를 앞두고 해마다 같은 장면을 본대요.
돈은 새 손님 잡는 광고로 가요. 작년에 산 손님은 영수증 장부나 주문 엑셀에 이름과 전화번호로 앉아 있어요. 그 뒤로 연락은 0번이에요. 손님 쪽에서 보면 1년째 잠수 탄 가게인 셈이죠.
글쓴이의 처방은 메모 한 줄이었어요. 번호 옆에 뭘 샀는지를 적으라는 거예요. "M 사이즈 쿠르티(인도식 긴 상의), 짙은 초록, 면"처럼요.
그리고 대목 2주 전에 그 옷 얘기로 딱 한 번 연락하래요. "전 품목 50% 할인"을 뿌리는 대신에요.
읽다가 떠오른 회사가 있어요. 이 방식을 회사 크기로 키워 놓은 인도 화장품 브랜드, 냇해빗(Nat Habit)이에요.
음식처럼 상하는 화장품
창업자 스와가티카 다스는 화장품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석유 시추 엔지니어로 6년, 그다음엔 애플 싱가포르에서 일했죠. 2016년엔 '도전 과제'를 올리는 소셜 앱을 차렸다가 3년 남짓 만에 접었고요.
2019년, 고라브 아가르왈과 다시 시작한 게 냇해빗이에요. 화학 방부제 없이 그날그날 만드는 우브탄(곡물·허브 반죽 세안제)과 헤어 오일이었죠.
첫 실험은 소박했어요. 50루피(약 700원)짜리를 들고 집집마다 돌았대요. 조금씩 만들고 포장도 직접 했고요.
문제는 물건이 너무 빨리 상한다는 거였죠. 화학 방부제가 없으니 짧으면 30일, 길어야 석 달. 냉장 배송이 필요해서 델리 밖으론 보내지도 못했어요. 배달도 직접 다녔고요.
월 매출이 100만 루피(약 1,400만 원)쯤 됐을 때 팬데믹이 왔어요. 다스는 그때를 이렇게 말해요.
"운영을 완전히 닫아야 했어요. 신선하게 만드는 물건이라 음식처럼 금방 상하거든요."
쌓아둘 수도, 멀리 보낼 수도 없는 화장품이었던 거예요. 멈춘 동안 둘은 님·길로이 같은 허브 비율을 다시 맞췄어요. 냉장 없이 10일을 버티는 배합이 나왔고, 2020년 10월에야 다시 문을 열었죠.
45일짜리 헤나와 재구매 메시지
상하는 물건은 손님도 쟁여둘 수가 없어요.
지금 이 회사의 헤나 염색 반죽 상세페이지엔 이렇게 적혀 있어요. 냉장 보관, 만든 날부터 45일 안에 쓸 것. 권하는 염색 주기는 30~45일에 한 번이에요.
반찬처럼 냉장고에 넣어두는 염색약이라니, 번거롭죠. 그런데 파는 쪽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요. 손님이 언제 다시 필요해질지 달력에 찍히는 물건이거든요.
냇해빗은 그 흐름을 따라 왓츠앱으로 말을 걸어요. 주문 안내, 배송 조회, 그다음엔 쓰는 법. 다스의 설명은 이래요.
"시간이 쌓이면, 손님의 구매 주기에 맞춰 '다시 채울 때'를 제때 알려줄 수 있게 돼요."
그 손님이 산 그 물건이 떨어질 무렵에 가는 메시지예요. 수라트 글의 "짙은 초록 쿠르티"와 같은 원리죠.
다스는 왓츠앱이 손님에겐 광고·문의·주문이 한데 모이는 받은편지함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대화가 "사람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대요.
숫자도 있어요. 다스가 2024년 인터뷰에서 밝힌 걸 보면, 손님의 52~55%가 해마다 다시 사는데요. 인도 업계 평균은 30~35%로 알려져 있어요.
회사가 이 숫자를 메시지 덕이라고 못 박은 적은 없어요. 다스는 오히려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제품 덕"이라고 말해요. 제가 눈여겨본 건 순서예요. 누가 무엇을 언제 샀는지부터 알고, 그다음에 말을 걸어요.
다른 집계도 같은 쪽을 가리켜요. 인도 이커머스 결제 회사 고퀵(GoKwik)이 1,800여 개 브랜드가 보낸 왓츠앱 메시지 260억 건을 모아 봤어요. 전체 발송은 클릭률이 평균 2.6%, 주문 안내나 장바구니 알림처럼 손님 행동에 맞춰 나간 메시지는 11.1%였죠. 메시지 도구를 파는 회사의 숫자라 감안은 해야 하는데, 네 배 넘는 차이는 크잖아요.
올해 대목 손님의 다음 달
냇해빗은 얼마 전 14억 2천만 루피(약 196억 원)를 새로 투자받았어요. 회사가 밝힌 연 환산 매출은 33억 루피(약 456억 원), 써본 집은 600만 가구를 넘겼다고 해요.
올해 인도 대목은 광고가 더 비싸요. 현지 보도로는 손님 한 명 데려오는 값이 중간값 620루피(약 8,600원)로 1년 새 18%쯤 올랐거든요. 첫 주문으론 그 값을 못 건지는 브랜드도 많고요. 다스는 이 계절을 이렇게 봐요.
"명절에 새로 온 손님은 모두, 이어지는 몇 달 동안 다시 불러올 손님 명단에 들어가요."
다스에게 대목은 손님 명단이 늘어나는 날인 거예요.
뒤집어 읽으면 우리한테 좋은 소식이에요. 작년 대목에 온 손님은 이미 1년 묵은 명단이잖아요. 광고비는 그때 다 냈고요.
게다가 우리 주문 엑셀엔 수라트의 장부보다 많은 게 적혀 있어요. 상품명, 옵션, 주문일이 줄마다 있죠.
헤나처럼 떨어지는 날이 찍히는 물건이 아니어도 돼요. 니트를 산 손님에겐 같은 실로 짠 머플러가, 원두를 산 손님에겐 올해 햇콩이 '그때 산 물건' 얘기가 되니까요. 단골에게 뭘 더 얹어줄지 고민된다면 단골 혜택의 진짜 효과도 같이 보면 좋아요.
보낼 수 있는 손님은 정해져 있는데요. 스마트스토어라면 알림받기를 눌러둔 손님, 자사몰이라면 문자·카톡 수신에 동의한 손님이에요. 수라트 글쓴이도 계산할 때 "새 물건 들어오면 연락드려도 될까요"부터 물으라고 했어요.
작년 11~12월 주문만 걸러서 옵션별로 묶어보세요. 돌아온 손님 옆엔 체크 하나만 해두고요.
지난 손님에게 건넬 첫마디는 '세일해요'가 아니라 '그때 산 그거'예요. 이를테면 이렇게요.
"작년 12월에 올리브색 니트 M 사이즈 가져가셨죠. 같은 실로 짠 머플러가 이번 주에 들어왔거든요. 제일 먼저 알려드려요."
이 세 문장, 옵션 이름만 바꿔서 오늘 써보세요!
주문 엑셀의 '옵션' 열을 처음으로 정렬해 본 박민지가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