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원.
국정감사장에서 쿠팡 가격 맞춤형 쿠폰 하나에 붙은 숫자입니다. 이 쿠폰이 붙은 상품은 납품사 정산금이 463원 줄어 4,364원이 됐다는 자료가 쿠팡 총괄부사장 앞에 놓였습니다. 박성훈 의원이 내놓은 자료였죠.
지난 #96에서 "쿠폰 1,000원을 누가 냈는지 국회가 쿠팡에 묻는다"고 전했는데요. 그 질문에 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납품하는 쪽이 정산서 옆에 놓고 따져볼 수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쿠팡 가격 맞춤형 쿠폰, 증인석 답은 두 문장이었습니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쿠팡 상품이 다른 쇼핑몰보다 비싸면 그 차이만큼 쿠폰을 자동으로 붙이는 장치입니다. 납품사들은 이 쿠폰이 생긴 뒤 정산대금이 줄었다고 말해 왔습니다.
463원을 거꾸로 더하면 원래 정산금은 4,827원입니다. 9.6%가 빠졌다는 얘기죠. 같은 상품을 1만 개 납품했다면 463만 원입니다.
주성원 쿠팡 총괄부사장의 답은 정반대였습니다. "가격 맞춤형 쿠폰은 전적으로 쿠팡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
한 마디가 더 붙었는데요. "매입가 역시 한 번 결정된 이후에는 변경되지 않는다." 지난번에 귀에 걸어 두자던 단어는 '매입대금'이었는데, 증인석에선 '매입가'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쿠팡의 설명은 이름 없는 '관계자' 코멘트로만 돌았습니다. 이번엔 선서한 증인이 실명으로 답했고, 속기사가 받아 적었죠. "그런 말 한 적 없다"가 안 통하는 문장이 된 겁니다.
물론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쿠팡은 전가가 없다고 하고, 공정위 조사는 진행 중이니까요.
그래도 납품하는 입장에선 판정을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내 숫자는 내 서류에 있거든요.
매입가가 그대로라면 개당 받은 돈도 그대로입니다
쿠팡 답변을 그대로 믿고 계산해 보면 됩니다. 쿠폰값은 쿠팡이 내고 매입가는 안 바뀐다고 했죠. 그렇다면 쿠폰이 붙은 달에도 상품 한 개당 받은 돈은 발주서 매입가와 같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꺼낼 서류는 두 가지입니다. 쿠폰이 붙었던 달의 발주서와 입금 내역이죠.
그 상품으로 입금된 돈을 입고 수량으로 나눕니다. 나온 숫자가 발주서 매입가와 같으면, 증인석 답변이 내 통장에서도 맞는 겁니다.
모자란다면 그 차액엔 이름이 붙어 있을 겁니다. 판촉비든 광고비든요. 납품사가 나눠 내는 판촉 비용은 행사 전에 서면으로 약정하게 돼 있습니다.
약정서 어디에도 없는 차액이 남는다면, 그때 물어볼 말이 생깁니다.
"국정감사에서 매입가는 한 번 결정되면 변경되지 않는다고 답변하신 것으로 압니다. 지난달 입고분이 발주서 매입가보다 개당 463원 적게 입금됐는데, 어느 약정에 따른 공제인지 알려주세요."
따지는 말투가 아니라 확인하는 말투입니다. 남의 주장을 들이미는 게 아니라 쿠팡이 한 답을 기준으로 묻는 거라, 받는 쪽도 넘기기 어렵고요. 답은 메일로 남습니다.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것부터 부담스러운 거래처도 많습니다. 법원도 납품업체가 거래 단절을 걱정해 자료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을 정도니까요.
그럴 땐 안 보내도 됩니다. 달마다 개당 차액만 적어 두세요. 숫자는 묵혀도 상하지 않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나온 얘기 하나가 이 계산에 힘을 실어 줍니다. 네이버·SSG닷컴·G마켓·11번가는 할인비 부담 자료를 이미 냈다는 겁니다.
박 의원은 "다른 회사들은 영업비밀이 없어서 자료를 제출했겠느냐"고 물었죠. 쿠폰값을 누가 냈는지는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위에서 정한 거라서요"의 그 '위'가 답했습니다
받아 적을 문장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쿠폰 얘기는 아닌데, 납품사 통장엔 더 자주 닿는 얘기입니다.
주 부사장은 "지난 상반기 공정위로부터 목표 수익률과 연계해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어서 "내부 정책에 반영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죠.
그 시정명령 내용은 이랬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이익률 목표를 못 채우면 발주를 줄이거나 끊을 것처럼 하면서 납품가 인하를 거듭 요구했다고 봤습니다.
광고비와 체험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수수료를 내게 한 것도 같이 걸렸습니다. 대금을 늦게 준 것까지 합쳐 과징금은 21억 8,500만 원이었죠.
"이익률이 안 나와서요, 광고를 좀 더 태우시죠." 이런 전화를 받고 이유를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대개 "위에서 정한 거라서요"입니다.
이번엔 그 '위'가 직접 답한 셈입니다. 목표 이익률에 묶어 비용을 넘기는 일은 내부 정책으로 막고 지켜보고 있다고요.
그러니 같은 제안이 다시 오면 거절할 말을 찾느라 애쓸 것 없습니다. "이 제안이 국감에서 말씀하신 내부 정책에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한 줄이면 됩니다.
담당자도 윗선 답변과 어긋나는 답장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음에 볼 것은 쿠팡이 내는 정산 자료입니다
로켓배송 납품을 안 하는 가게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플랫폼 임원이 공개 석상에서 한 답은 그 회사가 스스로 세운 기준입니다. 내 정산서와 어긋나면 그 문장을 붙여서 물으면 되죠.
같은 날 배달의민족 부사장도 증인석에 섰습니다. 다른 앱 할인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은 프로모션을 두고 "상호 이익을 위해 합의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답했죠. 합의한 기억이 없는 점주에겐 물어볼 말이 생긴 겁니다.
쿠팡 얘기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박 의원이 "숫자로 입증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주 부사장은 직매입 부분을 직접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논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부당한 비용 전가가 확인되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고요.
그래서 지켜볼 건 하나입니다. 쿠팡이 내놓는 자료가 '매입가' 기준인지, '개당 실제로 준 돈' 기준인지입니다.
매입가만 나오면 증인석 답변을 한 번 더 읽는 셈입니다. 실제 지급액이 나와야 463원이 맞는지 가려집니다.
그 자료가 나오는 날, 나눗셈을 끝내 둔 납품사는 표에서 자기 줄만 찾으면 됩니다. 국감 중계는 보통 호통 구경으로 끝나는데, 이번엔 받아 적을 문장이 두 개나 남았습니다. 써먹을 수 있을 때 마음껏 써먹어 보세요!
오늘의 국감 받아쓰기 담당, 김윤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