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휴대폰에 국세청 알림이 하나 옵니다. 부가세 예정고지, 그러니까 석 달 치 세금을 미리 내라는 안내죠. 상반기에 부가세 300만 원을 낸 가게라면 찍힌 금액은 150만 원입니다.
7월에 냈는데 또 냅니다. 부가세는 한 번 내면 잊고 싶은 세금인데, 석 달마다 꼬박꼬박 안부를 묻습니다.
올해 10월에 이 고지서를 받는 개인 일반과세자는 223만 명인데요.
이번에 납부가 자동으로 밀리는 사람은 3만 7천 명입니다. 나머지는 고지서를 받죠. 대신 거기 찍힌 돈을 스스로 줄이는 길이 하나 열려 있습니다.
"7월에 냈는데 부가세 예정고지가 또 왔어요"
고지서 금액은 계산식이 단순합니다. 1~6월에 낸 부가세의 절반입니다.
봐둘 건 기준 기간입니다. 7~9월에 얼마를 팔았는지는 이 금액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상반기 성적만 보고 매긴 값이죠.
상반기에 잘 팔았으면 고지서도 큽니다. 여름에 주문이 뚝 끊겼어도 금액은 그대로고요.
내는 날은 올해 조금 달라졌습니다. 국세청은 개천절과 한글날이 몰려 고지서가 늦게 닿을 수 있다며 납부기한을 10월 말로 늦췄습니다. 31일이 토요일이라 실제로는 11월 2일까지입니다.
세금 고지서가 연휴에 길을 잃을까 봐 국세청이 먼저 걱정해 준 셈입니다. 덕분에 통장에서 돈이 나가는 날이 일주일 뒤로 갔죠.
고지할 세액이 50만 원에 못 미치면 고지서가 아예 안 옵니다. 그 돈은 내년 1월 확정신고 때 한꺼번에 냅니다. 알림이 없다고 놀랄 일은 아닙니다.
"여름에 장사가 꺾였는데 그대로 내야 합니까"
그대로 안 내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세청 안내문에 한 줄로 들어 있는데요.
7~9월 매출이나 납부세액이 직전 과세기간의 3분의 1에 못 미치면, 고지서 대신 '예정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신고를 하면 고지된 세액은 취소됩니다. 여름 석 달에 실제로 번 만큼만 계산해서 내는 거죠.
'3분의 1'이라는 숫자는 겁주기 좋게 생겼습니다. 매출이 3분의 1 토막 나야 해당하는 것처럼 읽히니까요.
그런데 비교하는 기간의 길이가 다릅니다. 7~9월은 석 달이고, 직전 과세기간은 1~6월 여섯 달입니다.
상반기에 9,000만 원을 판 가게로 계산해 보면 이렇습니다. 한 달 평균은 1,500만 원이고, 9,000만 원의 3분의 1은 3,000만 원입니다.
7~9월 석 달 매출이 3,000만 원에 못 미치면 됩니다. 한 달 평균으로는 1,000만 원 아래죠.
월 1,500만 원 팔던 가게가 여름에 월 1,000만 원 밑으로 내려갔다면 해당합니다. 3분의 1 토막이 아니라, 3분의 1 넘게 빠졌을 때입니다.
전기요나 패딩처럼 겨울에 몰아 파는 가게는 여름이 원래 비수기입니다. 1~2월 매출이 상반기 숫자를 끌어올려 놓았다면 이 기준에 걸리기 쉽습니다.
돈으로는 얼마나 달라질까요. 상반기 납부세액이 300만 원이면 고지서는 150만 원입니다. 여름 석 달을 실제로 계산했더니 90만 원이 나왔다면, 예정신고로 90만 원만 냅니다.
차액 60만 원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내년 1월 확정신고 때 하반기 전체를 다시 계산하면서 마저 내거든요. 세금이 깎이는 게 아니라 내는 날이 석 달 뒤로 가는 겁니다.
그래도 11월 대목을 앞둔 가게엔 작지 않은 돈입니다. 겨울 상품 사입 한 번이 그 돈으로 돌아가니까요.
기준은 매출 '또는' 납부세액이라 둘 중 하나만 걸려도 됩니다. 다만 시행령 문구엔 '휴업 또는 사업 부진 등으로'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매출은 멀쩡한데 사입이 몰려 낼 세금만 줄어든 경우라면 국세상담센터 126이나 세무대리인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반대로 여름에 더 잘 판 가게는 가만히 있는 게 이득입니다. 고지서가 실제보다 적게 나온 셈이라, 모자란 만큼은 1월에 내면 되죠.
"그럼 11월 2일까지 정하면 되는 거죠"
헷갈리기 쉬운 날짜가 여기 있습니다. 11월 2일은 고지서대로 내는 날이죠. 예정신고로 바꾸려면 10월 26일까지 신고와 납부를 끝내야 합니다.
덜 내는 쪽 마감이 일주일 먼저 옵니다. 고지서 납부일만 달력에 적어두면 그 사이에 신고 기한이 조용히 지나갑니다.
순서는 간단한데요. 홈택스에서 7~9월 매출 자료를 모아 합계를 냅니다. 세금계산서, 카드·현금영수증, 플랫폼 정산 내역이 재료입니다.
그 합계를 상반기 신고서의 매출과 나란히 놓습니다. 상반기 숫자를 3으로 나눠서, 여름 숫자가 그보다 작은지 보면 끝이고요.
기준에 안 걸리면 신고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때는 고지서대로 내고, 실제와의 차이는 1월 확정신고에서 맞춥니다.
납부가 자동으로 밀리는 3만 7천 명이 누구인지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올여름 호우 피해를 입은 안동·의성·거제·통영·영광의 사업자 3만 6천 명, 그리고 홈플러스에 입점했거나 물건을 댄 사업자 1천 명입니다.
이쪽은 신청 없이 12월 28일까지 미뤄집니다. 홈플러스에서 받을 돈이 묶여 있는 납품사라면 홈택스 '신고자료 통합조회'에서 대상인지 확인해 보세요. 모바일 안내문도 따로 나갑니다.
고지서는 상반기의 가게를 보고 매긴 값입니다. 지금 가게 사정은 국세청보다 본인이 먼저 압니다. 여름이 상반기만 못했다면 26일 전에 홈택스를 여는 쪽이 맞고, 여름이 더 좋았다면 고지서는 이미 싸게 나온 겁니다. 어느 쪽인지는 나눗셈 한 번이면 갈립니다. 올해는 세금 내는 날을 직접 골라보세요!
— 김윤아 · 고지서를 받으면 금액보다 기준 기간부터 찾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