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18kg 넘는 개는 안 받는 가게, 3억 넘게 팔아요

한이룸 · 2026.10.19 · 읽는 시간 5분

샤크 탱크 녹화장에서 투자자 한 명이 무거운 원통을 들어 보더니 털어놓습니다. "저 개가 열 마리예요. 흉보지 마세요, 문제인 거 알아요." 그중 제일 큰 듀크는 45kg쯤 나간다더라고요.

개를 묶어 두는 휴대용 무게 앵커 '펍스택'을 들고 나온 브라이언 지브리키는 웃으면서 선을 긋죠. "안타깝지만 듀크는 저희 손님이 아니에요. 저희는 18kg 이하 개한테만 권하거든요."

투자자 앞에서 큰 개 주인을 손님 명단에서 통째로 지운 셈이에요. 니치 상품을 파는 입장이면 여기서 가슴이 철렁합니다. 내 시장도 이렇게 좁은 거 아닐까 싶어서요.

마침 레딧 이커머스 게시판에 딱 그 고민이 올라왔어요. 아내가 객단가 120유로(약 18만 원)짜리 물건으로 매달 순이익 1,500유로(약 225만 원)를 내는데, 더 키울 만한 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남편의 글이었죠. 제목은 "상품이 너무 니치할 수도 있나요?"

지브리키 부녀의 숫자가 그 질문에 꽤 시원하게 답해 줘요. 큰 개를 포기한 17만 원짜리 물건이, 부업만으로 올해 3억 원 넘게 팔렸거든요.

아내 곁에 두려고 데려온 1.4kg 강아지

브라이언의 아내 수는 2014년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팡이에서 보행기, 휠체어까지 금방이었대요. 아끼던 초등학교 읽기 교사 일도 내려놓아야 했죠.

브라이언은 아내를 돌보려고 완전 재택 일자리로 옮겼어요. 그리고 2019년 크리스마스 이틀 뒤, 낮 동안 아내 곁을 지킬 강아지 쿠퍼를 데려왔죠. 방송에서 그는 쿠퍼를 "3파운드(약 1.4kg)짜리 털뭉치"라고 불렀어요.

털뭉치는 제멋대로였어요. 마당엔 울타리가 다 둘러져 있지 않았고, 목줄을 기둥에 묶으면 몇 분 만에 엉켰거든요. 밖에 나가면 배변 봉투, 간식, 물그릇 중 하나는 꼭 빠뜨렸죠.

그래서 직접 스케치를 시작했습니다. 무게판을 쌓아 개 크기에 맞추고, 20피트(약 6m) 줄을 원하는 길이에서 잠그고, 360도 돌아서 덜 엉키는 통이었죠. 수납칸은 원래 옵션이었는데, 주변 개 주인들이 입을 모아 기본으로 넣으라고 해서 기본이 됐어요.

킥스타터에 올린 첫 펀딩에는 256명이 2만 8,486달러(약 3,800만 원)를 모아 줬습니다. 그때 브라이언이 소개 글에 남긴 문장이 하나 있죠. "쿠퍼는 아내의 진단 이후 생긴 유일한 좋은 일이에요. 펍스택이 두 번째가 되길 바라요."

치료비가 퇴사를 막고 있었어요

물건은 팔리기 시작했는데, 부녀 둘 다 회사를 못 그만뒀습니다. 브라이언은 큰 교육 회사에서 마케팅팀을 이끌고, 딸 케일라도 다른 회사 마케팅 직원이에요.

방송에서 브라이언은 이유를 숨기지 않았죠. "아내 치료비가 1년에 수십만 달러예요. 꾸준한 월급, 무엇보다 보험에서 손을 떼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케일라는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했죠. "졸업하자마자 뛰어들고 싶었는데,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어요."

물건 자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본형만 5kg이 넘어서 한 대 보낼 때마다 배송비가 평균 21달러(약 2만 8천 원)씩 나가요.

거기다 손님은 거의 한 곳에서만 왔어요. 매출이 어디서 나오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 "거의 100% 메타"였거든요. 무거운 물건, 퇴근 후에만 돌아가는 가게, 광고 채널 하나. 이 정도면 천장이 보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죠.

방송 첫 장면도 이 고생을 그대로 옮겨 놨어요. 케일라가 아빠 품에 땅에 박는 말뚝, 커다란 울타리, 목줄, 간식 가방, 그릇을 차례로 안기자 스튜디오에서 "메리 포핀스네" 소리가 나왔죠. 짐은 한 아름 들고 왔는데, 정작 개는 집에 두고 왔더라고요.

좁은 시장보다 무서운 건 좁은 길이었어요

그런데 숫자를 펼치자 분위기가 바뀝니다. 올해 들어 녹화 때까지 매출 26만 달러(약 3억 4,700만 원)로 작년 같은 때보다 56% 많았고, 연말까지 70만 달러를 내다봤죠. 원가 24달러짜리를 124.99달러에 팔아 매출총이익률 61%, 배송비와 광고비까지 다 빼도 41%가 남았고요.

18kg 컷은 약점이 아니라 장치였던 거죠. 펍스택 자사몰은 개 몸무게를 먼저 고르게 합니다. 5kg 이하 작은 개면 124.99달러, 15~18kg이면 무게판 3개가 자동으로 붙어 184.96달러가 되죠. 손님이 누군지 이렇게 정확히 아는 가게는 드물어요.

투자자 스티븐 바틀렛은 니치 크기를 문제 삼지 않았어요. 그가 짚은 건 길이었습니다. "지금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지각판 위에 서 있어요. 플랫폼 하나에 기대면 매출이 하룻밤에 40% 빠질 수도 있어요."

부업이라는 약점도 그는 거꾸로 읽었죠. "이걸 부업으로 70만 달러까지 키웠다는 건 위협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해요. 전업인데 이 숫자의 몇 분의 일도 못 내는 사람을 많이 봤거든요."

그러곤 요청액보다 많은 20만 달러(약 2억 7천만 원)에 지분 20%를 불렀습니다. 브랜드로 키울 그림을 본 켄드라 스콧이 같이 들어오면서 계약이 성사됐죠. 바틀렛이 부녀에게 건넨 말은 짧았어요. "이거 정말 많이 팔 거예요."

레딧 글에 달린 첫 댓글도 같은 곳을 가리켰죠. "지금 손님이 제일 싼 데이터예요. 재구매나 입소문으로 온 사람이 꽤 있다면, 그건 니치의 천장이 아니라 손님 데려오는 방법에 여지가 남았다는 뜻이에요."

펍스택이 상품을 넓혀 온 순서도 그 말과 닮았습니다. 처음엔 같은 통에 얹는 무게판(19.99달러), 다음엔 같은 개 주인이 또 사는 간식 6개 묶음(14.99달러)과 간식 거치대, 차량용 안전벨트, 가장 최근엔 펍스택 모양 봉제 인형까지. 새 손님을 찾아 헤매기 전에, 이미 온 작은 개 주인이 다음에 살 물건부터 깔았어요.

내 니치가 좁은지는 주문 내역이 먼저 알려 줘요

좁은 니치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18kg 이하 개라는 좁은 문으로도, 직장 다니는 부녀가 한 해 9억 원 넘는 매출을 바라봤으니까요. 그러니 시장 보고서를 뒤지기 전에 내 주문 내역부터 열어 보는 게 순서죠.

내 스마트스토어로 치면 두 숫자만 보면 됩니다. 지난 석 달 주문 중 두 번 이상 산 사람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사람이 몇 명인지. 그리고 유입의 몇 %가 광고 하나(네이버 쇼핑 검색광고든 메타든)에서 오는지요.

앞의 숫자가 꽤 되고 뒤의 숫자가 90%를 넘는다면, 막힌 건 시장이 아니라 길이에요. 그럴 땐 상품을 넓히기 전에 손님 오는 길을 하나 더 내면 됩니다. 블로그 후기, 동네 소품숍 납품, 카톡 채널 같은 길이죠.
좁은 시장에서 버티는 감각은 틈새 시장에서 전문가 되는 법에도 정리돼 있습니다.

45kg 듀크를 돌려보낸 가게가 투자자 둘을 서로 들어오겠다고 다투게 만들었죠. 우리 상품이 좁게 느껴지는 밤이라면, 주문 내역부터 한번 열어 보세요!

듀크의 안부가 괜히 궁금해진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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